오레곤 와인업계, 포도는 익는데 판매는 줄었다
지난해 포도 생산 25% 감소·와인 판매 16% 하락…와이너리·포도원 110곳 문 닫아

오레곤의 포도 수확철이 한창이지만, 와인 산업은 생산 감소와 판매 부진이 겹친 거센 조정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해 오레곤 와인용 포도 생산량은 전년보다 25% 줄었고, 와인 판매도 16% 감소했다. 수요를 찾지 못한 포도가 밭에서 그대로 썩거나 포도원이 갈아엎어지는 사례도 나오면서, 지난해 주 내 포도원과 와이너리 110곳이 문을 닫았다.
윌라메트 밸리의 대표 산지인 던디 힐스에서 레드 리지 팜스(Red Ridge Farms)를 운영하는 폴 듀란트는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며 업계가 시장 재조정 과정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경기침체라는 비교적 분명한 원인이 있었지만, 이번 침체는 수요 변화와 비용 상승, 무역 환경 악화가 동시에 겹친 결과라는 설명이다.
가장 큰 타격 중 하나는 캐나다 시장이다. 캐나다 주류 유통기관들이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 미국산 와인을 매장에서 철수시키면서, 오레곤 와인의 캐나다 수출은 83% 급감했다. 수출길이 막힌 상황에서 국내 소비마저 줄어들며, 공급 과잉 문제가 더 선명해졌다.
젊은 세대의 음주 감소도 와인 업계가 주목하는 변화다. 무알코올 음료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대마초가 술의 대체재로 자리 잡은 데다 체중 감량 치료제인 GLP-1 계열 약물 사용이 확산하면서 음주량을 줄이는 소비자도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연료·전기·물값 등 운영비 상승까지 더해지며 소규모 생산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오레곤의 포도원 수는 2000년 무렵 약 480곳에서 현재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그러나 소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포도 공급은 남고, 판매처를 확보하지 못한 생산자는 재배 면적과 수확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레드 리지 팜스 역시 포도나무 가지치기를 통해 에이커당 생산량을 약 4톤에서 3톤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는 생존 전략도 바꾸고 있다. 일부 와이너리는 발효하지 않은 탄산 포도주스나 무알코올 제품을 개발하고, 브라질 등 새로운 해외 시장을 찾고 있다. 시음장 방문객만 기다리기보다 지역 축제와 행사장에 직접 나가 소비자를 만나는 방식도 확산되고 있다.
맥주 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국적으로 수제맥주 생산이 지난해 5% 이상 감소한 가운데, 오레곤에서도 여러 유명 양조장이 문을 닫았다. 양조장들은 맥주뿐 아니라 콤부차, 홉 워터, 무알코올 음료를 판매하고 라이브 음악·게임·퀴즈 행사를 열며 손님을 끌어들이고 있다.
풍부한 자연환경과 관광 자원으로 성장해 온 오레곤 와인 산업이 이제는 ‘좋은 포도를 만드는 일’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시점에 놓였다. 소비자의 음주 방식이 바뀌고 해외 판로가 흔들리는 가운데, 오레곤 와이너리들은 제품과 판매 방식, 관광 경험까지 새롭게 설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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