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韓醫學)이야기18 – 차가운 손과 더운 손
손이 덥고 찬 것으로 무엇을 알 수 있는가? 왜 한의사들은 진맥할 때 양 손바닥으로 환자의 손을 덮어서 손등과 손바닥이 더운지 찬지 같은지 다른지부터 먼저 보려고 하는가? 왜 어떤 사람은 사시사철 손이 차서 악수하기 미안해하며, 또 어떤 사람은 손발에 열이 나서 찬물에 담그거나 차가운 벽에 갖다 대기를 좋아할까? 우리가 생기발랄한 것은 팔다리에 제일 잘 나타난다. 운동회때 보면 겉으로 듬직하게 보이는 아이보다 겉보기에는 야윈 것 같아도 잘 뛰는 아이가 더 충실할 수도 있다. 우리의 손발은 나무로 치면 가지에 해당되어 바람이 불면 가지가 먼저 흔들리듯이, 또 뿌리의 영양 상태가 가지와 잎에 잘 나타나듯이 우리 내장의 활발한 정도가 손발에 잘 나타나서 건강한 사람은 팔다리에도 힘이 솟고 손발의 온도도 적당하다.
가령 좀 허약한 사람이 감정으로 충격을 받든지 찬 음식을 먹어서 체하든지 하면 갑자기 얼굴이 노래지면서 팔다리에 힘이 쭉 빠져 말도 나오지 않고 일어서기는커녕 앉은자리에서 한참 동안 꼼짝을 못하는 현상을 경험한다. 손이 찬 사람은 초조 불안을 지나 이제는 실망, 낙심, 좌절, 불안 공포의 감정이 더 많아지지 않았는지, 그래서 체력도 많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알아볼 일이다. 사람이 죽으면 식고 식으면 죽는 법인데 어떻게 하든지 마음을 살려야 할 것이다.그리고 손이 더울 때 벌써 내장이 더워져 있다는 것이고 이렇게 속으로 자꾸 열을 내기만 하고 배설을 하지 못하면 저항력도 떨어지고 영양도 말라지니 반갑잖은 각종 성인병들이 찾아오기 쉬울 것이다.
이렇게 우리 몸은 내장 따로 팔다리 따로 생각 따로 말 따로가 아닌, 한 식구인 것이다. 내장 가운데서도 특히 위, 대소장, 췌장의 상태가 손발바닥에 잘 나타난다. 그것은 이 장기들이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을 소화 흡수하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열심히 활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배속이 더운 사람은 손바닥에 열이 잘 나타나고 속이 차가운 사람은 손바닥도 잘 차가워진다. 배는 더워도 탈 식어도 탈이다. 식었다는 것은 기능이 이미 약해져 있는 것이고, 잘 더워진다는 것은 음식을 소화 흡수하는 일이 힘겨워 억지로 소화는 될망정 열도 나고 땀도 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손이 찬 사람은 대개 소화 기능이 활발하지 않아 잘 체하든지 입맛이 없는 편이며, 손발이 화끈거려 차가운 벽에 갖다 대는 사람은 과식하는 습관이 있거나 술, 육류, 단 것, 찬 것을 즐겨 소화 기관이 이제 약해지고 있는 중이다.
이때 조심하지 않으면 이 사람도 소화불량과 체력 저하를 조만간 경험하게 된다. 손바닥에 유난히 땀이 많은 사람은 왜 그럴까? 이 땀은 손바닥 피부에 나타났을 뿐이지 내장이 먼저 땀을 흘린 것이다. 가령 열심히 활동하다가 지칠 무렵쯤 되면 땀이 나듯이, 내장이 과도하게 일을 해도 지치지 않으면 열은 내어도 땀은 나지 않으나 이제 좀 약해져서 슬그머니 지칠 때 속땀이 바깥 손에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장에 부담이 많은 사람은 소화 활동으로 열을 냈다가 지쳐 식었다 할 때 땀이 많이 나게 된다. 또 신경 활동으로도 땀이 나는데, 긴장과 흥분, 당황할 때 우리가 손에 땀을 쥐는 것을 흔히 경험한다. 신경이 예민하고 감정 기복이 심한 중고등학생 가운데 손바닥에 땀이 많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치료에 임해서는 신경도 보고 위장도 보고 체력도 참고하게 된다.
건 보 당 한 의 원 원장 천 성 진L,Ac
한국 외치제형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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