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해안 해양 생태계 위협한 불가사리 폐사 원인 밝혀져

오레곤 등 서부 해안 해양 생태계를 황폐화시킨 불가사리 대량 폐사의 원인이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멕시코에서 캐나다에 이르는 지역에서 불가사리 최대 90%가 폐사하는 대규모 발병 사태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먹이사슬이 붕괴되고 성게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문제가 불거졌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연구진이 주도한 이번 연구는 ‘비브리오 펙테니시다(Vibrio pectenicida)’라는 박테리아가 이 병의 원인임을 확인했다. 이 박테리아는 불가사리의 팔을 잃게 하고 결국 서서히 분해되며 죽음에 이르게 한다.
연구를 이끈 해양 생태학자 알리사-로이스 게만은 불가사리의 체강액(혈액과 유사한 체액)을 분석해 이전의 조직 표본 연구와 차별화된 접근을 시도했다. 워싱턴대학교의 질병 생태학자 드류 하벨은 “이번 발견은 내 인생 최고의 연구 성과”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최대 24개의 팔을 가진 해바라기 불가사리 종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는데, 이들은 성게의 천적으로 성게 개체 수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불가사리 폐사 이후 성게 개체수가 급증하며 서부 해안의 다시마 숲이 대거 파괴됐고, 이는 미세 무척추동물부터 회색고래까지 다양한 해양 생물에 악영향을 미쳤다.
연구진은 병원체를 규명한 것은 회복 노력에 중요한 전환점이라 평가하면서도, 박테리아의 전파 경로나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